마추픽추 가는 길. 잉카 트레일 첫째날. #!

풍요의 땅이란 뜻의 페루. 넉넉한 안데스의 마음과 욕심없은 잉카인의 인심이 어우러진 평화와 행복의 나라. 페루는 요즘 우리 한국민들에게 남미 최고의 여행지로 각광을 받는데 그중에서도 세계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은 마추픽추(Machu Picchu)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나스카(Nazca) 문양, 세계에서 가장 긴 장엄한 안데스 산맥 아래 옹기종기 터를 잡고 수천년을 살아오며 일구어 놓은 독특한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곳에는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서 선정하든 언제나 세계 10대 트레일중 1위로 랭크되는 잉카 트레일(Inca Trail)이 있는데 이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4개국에서 모인 16명의 전사들로 팀은 꾸려지고 우리는 트레커이자 탐험가가 되어 엘도라도 금광을 찾는 심정으로 6백년전 가장 찬란하고도 융성했던 잉카문명의 발상지 쿠스코를 밟았습니다. 쿠스코란 배꼽이란 뜻으로 인류와 우주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서린 곳입니다. 이방인의 침범이 있기 전 그저 올망졸망한 사람들끼리 안데스에 기대어 서로 어깨를 맞닿은 채 살아왔을 그때에는 말입니다. 쿠스코 중심에 상징적으로 지어진 침략의 유산. 십자가를 앞세워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잉카인들의 문명위에 세운 교회. 태양의 신전을 허물고 지은 그들의 천주교회. 이질적인 문화의 복합이 그래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잉카 문명의 바탕이 너무도 완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잉카트레일. 총 43km로 비교적 짧지만 운무에 가려 신비를 더하는 산과 숲, 두터운 이끼와 관목들이 덮고있는 아열대성 정글, 무엇보다 잉카인들이 닦아놓은 돌길과 터널 등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로 어쩌면 나 자신과 충실한 대화를 나눌수 있는 수행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마지막 목적지는 잃어버린 공중도시인 마추픽추를 만나는 이 걸음의 축제는 그야말로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일 것입니다. 잉카 트레일은 한때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를 출발해 마추픽추까지 오랜 날을 걸어야 하는 코스인데 정통 잉카 트레일은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츄까지 옛 잉카인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며 안데스의 자연과 잉카의 고대 문명을 동시에 즐깁니다. 깊고도 깊은 협곡과 눈부신 빙하, 하얀 눈 덮인 산봉우리, 미려한 폭포 등 안데스 산맥이 펼쳐 놓은 풍경화를 감상하며 걷다보면 무심한 듯 곳곳에 남아있는 잉카의 유적지를 만나게 됩니다. 룬쿠라카이, 사야마르카, 푸유파타아르카, 위나이와이나 등의 유적지를 거치면 마침내 쿠스코의 변방 구름속 깊은 산중에 놓인 마추픽추에 닿게 되는데 돌길을 따라 이곳으로 향하다보면 베일에 가린 신비의 세계를 탐험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을 걷고 있는 기분마저 듭니다.

아직 고소에 깨어나지 못한 몽롱한 몰골로 버스에 실려 쿠스코를 출발하여 잉카 트레킹의 시작점 Piscacucho에 도착하여 배낭을 다시 꾸립니다. 인디오와 트레커들이 뒤엉켜 북적되는 마을 km87. 이 마을에서도 얼마나 많은 잉카의 문명이 지고 피었을까. 고용한 포터들에게 허가된 중량만큼 맡기고 나만의 여장을 꾸립니다. 각자의 길을 걸어와 같은 목표를 향해 걷게 되겠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왔지만 인생길 저마다의 향방으로 가야하듯이 트레킹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담은 본인 스스로 감수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또한 우리네 삶과도 같습니다.

비록 어느 정도 동행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결단코 최고점을 내 스스로 넘어야 하는 나만의 인생길이며 순례길입니다. 걷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고 누구하나 재촉함이 없이 제몫을 지고 묵묵히 내 삶의 길을 걸을 것입니다. 관리소에서 도장을 받고 유장하게 흐르는 우르밤바 강을 건너니 잉카 트레일이 펼쳐집니다. 길섶에는 거대한 선인장들이 귀한 열매와 꽃을 피워내고 싸루비아의 꽃향이 진하게 번지는데 맑고 푸른 하늘과 새하얀 조각 구름이 우리들의 전도를 축복하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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