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세월이 빚은 이방의 협곡, 왓킨스 글랜 #2
— 09/19/17
흐르는 물을 거슬로 오르면 하시라도 무너져 내릴듯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편마암의 단층들이 안그래도 협곡의 기온도 충분히 싸늘한데 더불어 간담마저 서늘하게 만들어 줍니다. 깊게 패인 바윗길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물이 제법 고여 커다란 용소를 만들어 놓은 곳에는 칠선 계곡의 선녀탕을 연상케 합니다. 태초엔 바다라 생각하니 바다 속을 걷는듯 경이로운 느낌 마저 들면서 촉촉하게 젖은 바위벽들이 간헐적으로 떨구는 물방울이 아득하게 장구한 세월을 느끼게 하며 그 신비함을 더해줍니다.
지나는 비경마다 작은 폭포도 있고 하트 모양으로 워터풀도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에 걸음이 지치지 않습니다. 낙차폭이 제법 큰 주 폭포 아래 동굴처럼 만들어진 길을 지날때 받는 물세례는 신이 내리는 축복의 하례같아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물기 잔뜩 먹은 암벽에는 세월의 향기를 품은 아름다운 이끼들이 도배를 했고 그 틈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돋보이는 풀나무들이 마침내 꽃을 피워냈습니다. 그런 도전과 불굴의 결실이기에 한갖 미물이지만 더욱 숭고한 모습으로 돋보이게 합니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스런 바람을 가르며 오르는 길. 분명코 천상으로 가는 계단일것입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터카녹 폭포 트레킹을 하나 더 하기로 했습니다. 동부에서는 나이아가라 다음으로 높고 웅장하다는 물기둥. 한시간 걸린다고 찍히는 GPS의 기록을 45분으로 단축시킵니다. 그만큼 그리움으로 가득한 마음이었겠지요. 일반인들의 접근도 가능하도록 거의 평지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핑거 레이크로 모여드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위에 부딪히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물줄기는 대양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포부로 힘차게 골을 차고 흘러갑니다. 이곳에서도 원추리의 주홍색 물결이 부는 바람에 실려 또 다른 파도로 춤을 춥니다.
오감을 통해 자연을 음미하며 가다보니 별안간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비경 하나. 폭포에 다다랐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들이 모여들었는지 그 내림이 너무도 웅대하여 차라리 용의 비상을 보듯 화려하기도 합니다. 봄은 그 엄청난 수량으로 여름은 청량한 풍광으로 가을은 단풍의 빼어난 조화로 겨울은 수려한 빙벽으로 그 명성을 드높인다 합니다.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모두 청정옥수에 발을 담급니다. 순간 그 짜릿하고도 시원한 전율이 몸을 타고 올라 뇌에 까지 이르니 하루의 고단한 여정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집니다. 동향으로 서있는 폭포 위로 해가 기울어 가니 심산유곡에는 어느새 차분한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