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캣츠킬 마운틴 #1

여름이 깊어가는 칠월의 절기, 세상 모든 것을 달구는 그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가 산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깊은 계곡으로 내몰아 못내 길을 떠납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한수가 흐르고 울창한 삼림이 청아한 숨을 내뱉는 협곡을 찾아 떠나는 길. 고단한 삶의 여정을 묵묵히 보고 있던 대자연이 잠시 쉬어가라고 등을 떠밀어 뉴욕의 캐츠킬 마운틴으로 바람을 따라 먼 길을 나섰습니다. 여섯시간을 내닫는 길도 서스퀴아나 강 그 지류를 따라 가니 그리 지루하지도 않게 여겨지며 첩첩산중으로 이어지는 산세에 졸음에 겨워할 여유도 없습니다. 알바니와 허드슨 강 상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뉴욕 북동부에 산재한 캐츠킬 산군은 원시림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 칭송받고 있는데 고산 초원에는 여름이 깊어 작은 관목과 풀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계곡마다 흐르는 물소리, 귀한 꽃, 흔한 풀, 연녹색 이끼로 치장한 단단한 바위도 심지어 물기가 고갈되어 말라버린 고사목조차도 다시 생명을 품고 있는 듯 합니다.

캐츠킬 산촌에서 서향으로 길을 달리다 산 어귀 표지판에 써져있는 하인스 폴스를 이정표 삼아 경사진 길을 꺾어 들어서니 울창한 숲과 그 아래를 관통하는 시원한 물 흐름이 수려한 조화를 이루며 물과 바위와 바람은 자연의 소리 그 화음까지도 조율합니다. 고갯길을 열심히 휘돌아 가는데 저만치서 시야에 가득 차는 절경하나. 카터스킬 폭포(Kaaterskill Falls)입니다. 오늘 이 장대한 낙차의 수려한 폭포를 보기위해 그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고 해도 엄살로 여길 수 없는 참으로 화려한 풍광입니다. 상부 폭포는 80미터를 넘어 뉴욕뿐만 아니라 미 동부 에서도 가장 낙차 큰 폭포로 이름을 날리며 특히 미국 내 가장 오래된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기에는 19세기 초반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이 폭포를 소재로 한 시와 그림 등을 세상에 선을 보이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방문하고 싶은 호기심의 충동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합니다. 오늘 같은 이 더위의 여름에는 그 존재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미려한 폭포입니다.

예고편 같은 아기자기한 하부 폭포를 스치며 산행은 시작됩니다. 물론 1마일 등산을 해야 볼 수 있는 상부 폭포를 보기 위함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그리 닿지 않아 아직 원시림의 태고적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주변의 풍부한 강수량 덕분에 물에 풀면 푸르게 번진다 하여 이름 붙여진 열대성 식물 물푸레나무가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가득 산을 메우고 있습니다. 물과 바람, 햇빛과 나무가 살고 있는 또 다른 세상. 내음새가 다릅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쌓이고 썩고 다져진 양탄자처럼 푹신한 길을 느끼며 걷는 즐거움. 이처럼 산을 오를 때가 우리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산행에 정신줄 놓고 걷다보면 살아야 하는 사명 같은 강박감도 어느새 없어지고 생각을 덜하게 되어 좋으며 눈도 코도 맑게 정화되는 감미로운 시간들입니다.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산. 바람과 나무, 풀과 물, 꽃과 구름이 주인인 이 산, 원시의 생명력으로 가득 찬 이 캐츠킬 산에는 어느덧 눈부신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걷는 만큼 얻어지는 것. 하늘과 바람 그리고 산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 이 모든 자연물들이 예고 없이 찾아든 낯선 이방인에게 반가운 인사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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