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아이스크림을 만들다...‘벤앤드제리스’

미국의 아이스크림 기업 벤앤드제리스(Ben & Jerry’s)의 공동 창업자 벤 코언(64)은 지난 7일 한 방송에 나와 새 아이스크림 이름을 ‘버니의 열망’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민트 아이스크림(하위 90%) 위에 초콜릿(상위 10%)을 얇게 얹은 이 제품은 숟가락으로 초콜릿을 깨뜨려 민트와 섞은 뒤 먹으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가 표방하는 ‘부의 재분배’를 아이스크림에 적용한 것이다.


코언이 중학교 동창 제리 그린필드와 함께 1978년 버몬트주 벌링턴의 주유소 모퉁이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시작한 이 회사의 발자취는 정치인 샌더스가 지향하는 가치와 닮았다. 이들은 모두 뉴욕에서 젊은 히피 시절을 보내다 1970년대에 버몬트주 벌링턴에 정착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벤앤드제리스가 사회적 활동을 시작한 것은 시장을 선점한 하겐다즈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시장을 확보한 뒤인 1985년부터다. 이들은 매년 회사 수익의 7.5%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기금에 기부했다. 1989년에는 가축성장호르몬(rBGH)을 투여한 젖소의 우유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유전자조작(GM) 식품 반대운동에 나섰다. 최근에는 세계야생생물기금(WWF) 호주지부와 함께 ‘산호초를 위한 싸움’에 나섰다가 호주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들의 활동은 진지하지만, 아이스크림에는 늘 유머와 위트가 담겨 있었다. 2005년 연방 상원의회에 북극 야생동물보호구역 석유 시추를 허용하는 법안이 제출되자 이들은 워싱턴의 의사당 앞에 무게 410㎏의 거대한 ‘베이크트 알래스카’를 전시했다. 케이크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머랭을 씌워 불에 구운 디저트였다. 벤앤드제리스는 실제로 ‘베이크트 알래스카’ 제품도 출시했다.


2007년에는 식품의약국(FDA)이 복제동물에서 나온 고기, 우유가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에 항의해 의회 앞 반대집회를 조직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호두를 넣은 아이스크림 ‘예스 피캔(Yes, Pecan·호주)’을 내놓았다. 오바마의 ‘예스 위 캔’ 구호를 본뜬 것이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 때에는 회사 차원에서 시위 지지 선언을 내고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나눠줬다.


기업이 사회적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따랐다. 대만계 미국인 농구선수 린슈하오의 이름을 따서 만든 ‘린-새니티를 맛보세요’에 중국식 ‘포춘쿠키’를 넣었다가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포춘쿠키를 와플쿠키로 대체하면서 ‘포춘쿠키가 빨리 눅눅해진다’는 명분을 댔다.


벤앤드제리스 제품이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팔리기 시작하자 팔레스타인 옹호 단체들이 연명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코언은 유태인이며, 문제의 정착촌들은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아 만든 곳들이다.


코언과 그린필드는 최근 ‘정치권에서 돈을 몰아내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샌더스가 거대기업과 1%의 부자들의 돈에 의존하는 힐러리나 공화당 후보들과 달리 풀뿌리 소액기부로만 선거를 치르는 것과 상통한다. 벤앤드제리스는 1995년 최저시급을 연방정부 기준보다 훨씬 높은 12달러로 책정했고, 가장 많이 받는 임원과 가장 적게 받는 직원의 임금 차이가 5배 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사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버니의 열망’이 실제로 시장에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경선 판세가 치열한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코언은 2000년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에 회사를 넘긴 뒤 고문으로만 남아 있어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벤앤드제리스는 코언과 그린필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들이 지향했던 사회적 가치를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를 맡은 노르웨이 출신 조스타인 솔하임은 “벤앤드제리스는 기업이 어떻게 선(善)을 위한 힘이 되고 세계 경제에 내재된 불평등 문제를 다뤄나갈지 도전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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