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 뇌물 본질.."부도덕한 정경 밀착"

법원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 뇌물 사건의 본질을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노태우(85)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과 이 부회장과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비공식 단독 면담에서 거액의 금품을 직접 받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제3자인 최순실(61)씨 측에 뇌물을 건넬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등이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 지원, 최씨가 사실상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것은 대통령의 직무와 지원행위 사이 대가 관계가 있기에 '뇌물'로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을 받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서로 오래 전부터 친분 관계를 맺어왔고,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최씨가 관여했다는 이른바 '국정농단'을 인정한 점 등이 그 근거였다.


이를 전제로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최씨 딸 정씨에 대한 것임을 알고 있었고, 거액의 금액을 최씨나 코어스포츠에 건네는 과정이 은밀하게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또 이 부회장 등이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비영리·공익단체가 아니란 점을 알고 있다고 판단한 점,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영재센터를 특정해 지원을 요구한 점 등도 근거가 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건넸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들이 우리 나라 경제정책에 관해 막강하고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삼성 뇌물 사건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대통령 직무의 공공성과 청렴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최대 기업 집단 삼성그룹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불신을 갖게 됐다"라며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해 상실된 신뢰감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비자금 사건 등으로 구속된 노 전 대통령의 사건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이 1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이어져 온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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