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을 만끽할 웨스트 버지니아 넬슨 락 #2
— 09/07/17
가을 같은 요즘 기후에 해발 천미터를 넘는 고산지대라 서늘한 날씨에 또 너무도 가파른 산이라 그 각도를 줄여준다고 스네이크 트레일로 만들었어도 오름의 고통은 여전하고양편 거대 직벽이 가로 막고 있어서 통풍이 되지 않는 탓에 비오듯 솓아지는 땀으로 모두들 온몸이 흥건히 젖어갑니다. 머리를 적시고 얼굴을 흐른 뒤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땀. 진정한 등반의 의미를 일깨우고 건강하게 솟아나는 땀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입니다.내 몸속에 구석구석 박혀있던 삶의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오는 느낌. 고도를 더할수록 이제는 오히려 몸도 마음도 모두 차츰 가벼워집니다. 이 맛으로 등산에 중독되어진다고들 하지요. 한숨 몰아쉬며 허리춤을 펼때 간단없이 이어지던 풀벌레 소리에 맑은 여운을 남기며 노래하는 산새 소리가 청아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짙었던 숲그늘도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를 따라 잎새들이 듬성해지고 군데군데 틘 하늘에는 티끌 하나 없는 흰구름이 흘러갑니다. 일차 정상에 올라서니 갖혔던 협곡에서는 맛보지 못한 바람의 향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가을의 향취입니다. 이미 생기를 잃고 있는 나무 위에는 어느새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아 있습니다. 성급한 단풍은 벌써 채색을 서두는가 하며 잎새들의 끝도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 더위도 물러가 모기의 입이 돌아간다는 처서까지도 지났으니 당연하겠지만 산촌에는 벌써 스산한 가을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과거가 곧 현재인 변함없는 산
서로 잡아주고 이끌어 주면서 드디어 마지막 넬슨 락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곳 정상부분은 보기 드물게도 실족을 방지 위해 로프를 군데 군데 길게 설치해 두었고 안전을 주문하는 경고문이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합니다. 과거가 곧 현재인 변함없는 산. 바위 융기들이 장대하게 이어지는 풍광이 압권인 산정입니다. 바위톱에 걸려있던 구름하나가 바람에 이끌려 더욱 깊고 푸르러진 창공으로 날아갑니다.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티없이 순수한 색채를 한결같이 유지한채 얼굴도 마음도 나이도 변해가는 인간들을 맞이합니다. 매년 두세번은 방문하는 이곳이지만 오늘도 그때처럼 여전히 내곁에 있는 사람들보다 새로운 얼굴들이 더 많습니다. 만나고 헤어짐이 인간사의 연속이라지만 작은 일 조그만 미움과 하찮은 반목으로 떠나고 마는 인간 정리가 저렇게 항시 과묵하게 변하지 않는 산과 자연을 보면서 자못 서러운 마음이 입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돌아갈 길이 온만큼이나 멀기만 한데 아무도 그 정상에서 떠날줄을 모릅니다. 숫제 큰대자로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잠을 청하는 이도 있습니다. 천하태평입니다. 이 천하 절경을 바라보며 더욱 풍요로워지는 마음의 안식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연의 품에 안기면 이런 위로를 받을수 있어 좋습니다. 정말 오기를 잘했다면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산행 식구들. 그말에 동의라도 하듯이 바람이 현결 더 시원스레 불어주고 지나갑니다.
모두들 산에서 아름답게 함께 늙어가기를...
등산사고의 8~90 퍼센트가 하산할 때 생기는 법. 결코 밟는 바위 믿지말라며 당부하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르며 보지 못했던 산의 풍경이 시야에 가득 담깁니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올라가느라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등산에서 산정을 밟고 삶을 정리하고 마감하는 시점인 하산길에서 생도 세상도 모두 다시 보여집니다. 오르며 보는 산과 내려가며 보는 산은 천양지차입니다. 하산의 여유로움이 이제사 하나둘 숨은 비경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어느새 우리 곁에 와버린 가을을 확인합니다. 모두둘의 얼굴에는 험한 산, 투박한 바윗길을 종주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역력합니다. 산에서 얻은 이런 자신감으로 우리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또 열심히 살것입니다.
석양을 등에 지고 돌아오는 길. 백 미러로 비치는 모두들의 얼굴엔 평화스러움과 만족의 희열이 산을 닮은 인애로운 화색으로 피어오릅니다. 장거리 여정과 험산을 오르내린 피곤함으로 이내 잠에 취할수도 있으련만 명경을 경험한 경이로운 상기로 아마 쉬이 잠이 들지 못하는가 봅니다. 아무도 한마디 말은 없어도 마음으로 눈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듯... 모두들 산에서 아름답게 함께 늙어가며 이런 산행의 기쁨이 항구하기를 기원하면서 산그늘 길게 드리운 신작로길을 주마등 처럼 스치는 아련한 추억과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마다의 그리움을 들추며 달려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