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캣츠킬 마운틴 #2

물기 머금은 돌길을 조심스레 오르고 올라 마침내 폭포의 최상단부에 올랐습니다.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물의 구비침도 장관이려니와 주변의 원시림 같은 울창한 삼림이 청량감을 더해주고 여름의 절정을 그려놓은 듯합니다. 깊고도 시원한 계곡과 유장한 물줄기. 그 주변에 가득 채워진 신의 피조물. 너무 절경이라 무더위도 잠시 쉬어 가는 곳, 그곳은 마치 너무나 소중해 누군가 몰래 비밀스럽게 숨겨둔 보석 같은 곳이었습니다.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바위를 타고 내리는 폭포수는 가파른 바윗길을 힘들게 오른 산객들에게 더위를 식히게 하는 휴식처, 잠시 고여 머물렀다 가는 산수는 커다란 용소를 만들어 자연 풀장을 만들어 놓았고 일행이 물놀이 하며 더위 식히기에는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일부는 거리낌 없이 물에 풍덩 뛰어듭니다. 무더위를 피하는 건 사람만이 아닌 듯 앙증스런 도롱뇽들도 같이 물에 뛰어듭니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어 산이 베푸는 모든 것을 얻고 싶은 과욕으로 그 자연 속에 빠져듭니다.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니 일행들은 잠시 바람을 맞으며 흥얼흥얼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동요가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텀벙텀벙 물장구치며 노는 동심으로의 회귀. 여름빛을 가득 머금은 야생화들이 멋쩍은 지 고개 돌려 웃고 있습니다. 훗날 꼭 다시 이곳을 찾아 그때는 삼겹살이며 불판이며 지고 올라와서 오래 머물자 약속들을 합니다. 떠나기 싫은 명소, 바람도 그렇게 오래토록 머물다 갑니다. 팍팍한 세상도 따지고 보면 살만한 곳이고 이런저런 마음의 생채기를 그으며 부대끼는 사람들도 마땅히 있어야 할 존재들이고 오늘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저 쏟아지는 물빛처럼 맑고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 산행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몸도 마음도 띄울 수 있고 자연에, 산에 의탁할 수 있는 이 순간. 마음이 참으로 차분해지고 평화스러우며 평온해 집니다.

이어 호수를 끼고 수백, 수천 길 낭떠러지로 연결된 크리프 트레일 산행로를 계속 오릅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저 멀리 허드슨 강의 상류가 한가로이 흐르고 알바니 도심의 정경이 아주 멀리도 아득하게 보입니다. 물기 가득 머금은 바위산을 때로는 추락의 위험이 도사린 아찔한 길을, 때로는 늦게 핀 산철쭉의 향내에 취해 유유자적하게 걷는 술길을, 그렇게 번갈아 가며 정상으로 향합니다. North Point 정상으로 가는 길엔 광활한 동부 평원이 가득 펼쳐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Artist's Rock과 암반 끝이 벼랑으로 돌출되어 끝에 서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래서 석양이 비끼면 더없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는 Sunset Rock을 지나고 길게 이어진 벼랑 바윗길의 Newman's Ledge가 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에 비경을 선사하여 고단함을 위로합니다.

저 멀리 노스 포인트 정상이 눈에 차 한숨돌리며 허리춤을 괴는데 바람이 스쳐지나며 귓속말로 다음 봉우리에서 보자며 서둘러 앞서 갑니다. 우리는 자연과 맺은 인연과 또 그 약속을 믿고 한발한발 다음 봉우리로 마음을 옮깁니다. 부지런한 발품으로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비록 약속을 하고 떠났던 그 바람이 기다림에 지쳐 빛으로 흩어지고 구름에 젖어가고 비되어 내렸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회자정리이자 이자정회인 법도를 아는 터라 그 약속을 믿고 아쉬운 미련을 버려버립니다. 저길, 아득히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또 다시 내 생의 길처럼 굽이굽이 되돌아 내려가야 할 저 길.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며 내 귓전에서 중얼거리길 삶이 고달프지 않았냐고 좀 쉬어가면 어떠냐고 합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에 바위 턱에 털썩 주저앉아 버립니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한참을 하늘만 우러러봅니다. 주위에 어둠이 내리니 서산 낙조의 그 빛깔이 찬연해지면서 문득 서러움이 이는데 주체할수 없이 솟아나는 눈에 서리는 액체 때문에 그 노을은 더욱 애처롭도록 아름답게 너울너울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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