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2/26/17
언어가 얽어놓은 추상중에 공화와 민주라는게 있다 언어의 불확실성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천재를 잡아먹고도 아직도 그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우는 없는 듯하다 실제로 마르크스의 민주에서 새끼를 쳐도 스탈린과 레닌의 민주가 달랐고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공화제를 고안해 로마의 공화제를 주도했던 원로원이 다시 살아돌아와 오늘날의 공화를 봐도 자못 어리둥절할 일일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더욱 극명하게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는북한이 사용하는 민주와 공화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남한이 사용하는 그것과는 사뭇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결같이 ‘대한’과 ‘조선’뒤에 나란히 들어가 있음에도 그 운용과 방식에는 달라도 너무 달라 이걸 같은 철자와 같은 발음으로 표현해야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문제는 요즈음이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가능한 무심하려는 내가 챙기지 않아도 듣게되는 즈음의 서울소식, 듣다보면 공연히 부아가 치미는게 곤경에 빠진 친정집을 대하는 애절함인지 아직도 부채의 형태로 남아있는 내 애정인지 참 규명할 수없는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있다. 눈온후의 정적마저도 풍경이 되어버린 오늘 새해가 되고 떡국을 먹고 모처럼 한 나의 새해결심이 벌써 버글어졌는데도 각종 청문회와 특검과 헌재심리등으로 여전히 그곳은 시끄럽다
이해할 수 없으니 나는 나만의 우스꽝스럽고 끔찍발랄한 상상을 한번 해보았다 최순실같은 이가 런던이나 파리 혹 우리가 살고 있는 DC에 나타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럴리도 없겠지만 설마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견제장치와 역활분담의 기능으로 그 정치적 파급효과가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에서와 같은 불행으로 끝나지는 않았을것 같다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저열한 일이 통할 수 있는 민도와 사람의 문제였으며 그러기에 속성상 민주주의는 뽑고나서 나중에 댓가를 지불하는 후불제여서 어차피 그 비용을 고스란히 사회와 국민이 떠맡아야하는 일종의 죄닦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학교나오고 탄탄대로에 이미 발을 디딘자들은 그 무슨 조바심이었을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권력에 손모아 달려가 각종 논리와 이념을 제공하고 그렇게라도 끼지 못하면 안달을 부리다가 심지어 그들끼리 은근한 충성경쟁을 벌이고 새살을 떨다 피라도 섞인양 누나 누나거렸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참으로 괴상한 관성을 갖고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런데 거기에 더욱 고약한 것은 그런 일을 막을 수 있는 대항 엘리트들이 그들이 누리는 지위와 월급이 딱 흔들리지 않을 그 정도와 그만큼만 최소로 정의로왔고 한줌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 참으로 별난 수재들이었다 하물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겠다는 사법부도 망보라고 뽑아놓은 의회도 모두 작당하여 도둑질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결국엘리트의 부재가 망국의 원인이 아니라 너무 많아 탈인, 적극적으로는 그들의 부패와 이기가 또 소극적으로는 그들의 침묵이 원인인셈이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무당집 딸년처럼 말잘하는 언론들도 정권내내 침묵하다 이미 기울었졌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비로소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꺽어진 권력과 그 시체를 향해서 짖어될 뿐 종전의 서슬퍼런 권력앞에서는 가장 조악한 형태의 사미인곡(思美人曲)만을 부추켜 어지럽게 춤추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요행히도 닭이 백이면 학도 한마리쯤 나오게 되어있는게 우리의 유전적 확률이어서 없던 시절에도 언제난 그만큼의 똘똘한 재원은 나오게 되어있는게 고마운 세상이치이다 우리 모두 그걸 다행으로 여기기에 비록 내가 그런 인재는 아니었지만 곱깝게 생각지 않고 마을과 동리에서 학교와 지역에서 그들의 출현이 있을때마다 머리를 쓰다듬고 격려하며 선망과 부러움을 얹어 기대했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랬던 우리들의 작은 영웅들이 청문회 모습등을 보면 어렸을 적부터 수재소리 듣던 전교 일등이 장학금받고 국립대학나와 자기들을 그토록 성원해주고 갈채하던 사회에 결국 되돌려야할 배움의 값이 고작 그런것이었는가 그들이 똑똑했던 만큼 일신의 곶감만 뽑아먹고 그저 간신같이 <기억에 나지 않는다> , <모릅니다>로 일관하는그 잘드는 처신에 머리를 가로저으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 굿판같은 푸닥거리가 끝나면 몇몇사람 감옥에 보내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모두 토란처럼 유들거리고 때도 안끼는 죄없는 사람만이 세상에 남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세상은 자신이 없는대로 그만큼 토실하고 밝아질 지는 정말 모르겠다.
생각의 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칙하지만, 이 문제의 원인과 발생 그리고 경과를 고스란히 우리 한인 사회로 옮겨오면 어떨까하는 옮기기에도 불순한 상상을 나는 다시 해보았다 하여튼 취지는 그랬다 평소에는 한인 타운에서 허허거리다가도 자기들의 작은 이익에는 서로 드잡이하며 닭벼슬같은 목젖을 붉히는 잘난 아무개 이사님과 컴컴한 우리들의 회장님, 나이든 축은 나이든 축대로 그저 명함에 박을 감투자리만 챙기며 감놔라 배놔라 호령하는 아둔한 모 장노님과 또한 범을 빌어 위세떨며 이바구니 저바구니 뒤져가며 한몫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배기는, 융통성만 있는 우리의 허옇고 누런 순실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