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고교 참극현장서 아이들 지켜낸 미 교사
02/16/18미국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교사 멜리사 펄코스키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께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들떠 있던 학교에서 소방 사이렌이 울렸다.
펄코스키는 평소 훈련하던 대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작정이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고 한다. 1∼2분 뒤 보안직원이 교내에 총격범이 있다고 알려왔다.
소방 사이렌은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19)가 학생들을 복도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울린 것이었다.
여교사인 펄코스키는 복도에서 서성이던 아이들에게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소리쳤다. 펄코스키와 아이들은 교실 가장자리에 몰려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때 기지를 발휘했다.
펄코스키는 15일 CNN 방송에 출연해 앵커 앤더슨 쿠퍼와 나눈 대담에서 "60초 내지 90초 정도 지났을까 싶었다.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벽장 속으로 숨었다. 아이들 19명과 함께 벽장 속에서 30분을 버텼다"고 말했다.
벽장 안에서는 공포에 울부짖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숨죽인 채 공포의 시간을 견뎠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이 교실에 들어와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펄코스키와 19명의 아이는 좁은 공간에 몸을 숨긴 채 총격을 피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한 펄코스키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도 "평소 총격 사건에 대비한 훈련을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준비돼 있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로워드 카운티 학교들이 상황에 대비했지만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우리 정부와 나라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5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상원의원인 빌 넬슨(플로리다) 의원은 연방수사국(FBI)의 브리핑 등을 토대로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크루스가 소방 벨을 작동시켰다"면서 "확실히 준비된 범행"이라고 말했다. 크루스는 당시 방독면을 쓰고 있었으며, 연막 수류탄까지 소지하고있었다.
크루스는 범행 후 대피하는 학생들의 무리에 섞여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범행 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코럴 스프링스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수학 교사인 짐 가드는 총기참극 이후 학생들로부터 들었다면서 크루스가 한 여학생에게 스토킹 수준의 집착을 보였었다고 전했다. 한 여학생은 "누군가 일을 벌이면 그(크루스)가 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스의 친척에 따르면 크루스와 그의 형은 어렸을 때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부모인 린다와 로저 크루스에게 입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로저 크루스는 10년 전에, 어머니 린다는 지난해 11월 각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스의 친척들은 크루스가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정신적으로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친척들의 변호사인 짐 루이스가 전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가족들의 권유로 대입 자격 검정시험(GED)을 위해 '성인교육과정'에 다니고 있었지만 범행 당일 아침에는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라면서 등교를 거부했다고 NYT가 전했다.
평소 총기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등 무기에 상당히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진 크루스는 1년 전에 AR-15 반자동소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18세 이상에게는 판매가 합법적인 총기류였기 때문이다.
크루스는 가족들의 요구로 총기를 집에 잠금장치를 하고 보관하고 있었지만 열쇠는 본인이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기 참극으로 17명이 사망하고 최소 1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 숫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