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퇴진 아닌 강공
12/13/16새누리당 친박계가 퇴진이 아닌 강공을 택했다. ‘구당’을 명목으로 사조직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하 보수연합)의 출범을 예고한 것이다.
여권에선 친박계의 멸족을 피하려는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가져온 국정농단 사태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가 처절한 반성 대신 정계개편이나 총선 공천에서의 지분게임을 겨냥해 결집하는 것은 구태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9,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친박 새누리’ 지지율이 4.9%로, ‘비박 새누리’(1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친박계가 민심과 크게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12일 친박계는 보수연합 출범식을 하루 앞두고 물밑에서 의원 끌어 모으기에 분주했다. 4ㆍ13 총선에서 전횡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친박 공천’을 받고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 집중 공략 대상이 됐다. 전날 심야에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준비모임에 불려간 한 초선 의원은 “중진 의원의 전화를 받고 급히 갔다”며 “색깔이 명확한 모임이란 걸 알았지만, 입도 힘도 없는 초선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모임에 이름을 올린 의원 55명 중에는 초선이 2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재선 17명까지 합하면 45명으로 80%가 넘는다. 한 친박계 의원은 “출범식 현장에서 보면 의원들이 더 늘어있을 것”이라며 “70명은 족히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보수연합을 본격적인 친박당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11일 심야 회동에서 친박계의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위기일수록 똘똘 뭉쳐 강하게 나가야 한다”며 “3년 여 뒤 총선 때는 지금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보수의 틀을 지키면 미래가 있다”는 취지로 40분 간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한 참석 의원은 “경제 상황상 다음 정권은 누가 잡아도 어려울 테니 야당을 해도 그렇게 불리할 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현재 친박계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이 불투명해지면서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여기서 밀리면 멸족이니 당내 전투를 강하게 벌여 친박 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결국 ‘영남당’, ‘친박당’으로 후일을 도모하자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친박계의 ‘패거리 정치’로 집권 여당이 위기 수습 및 정국 반전의 계기를 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총선 패배 이후 제대로 된 인적 쇄신 한 번 못해본 채 모든 이슈가 계파 정치 프레임에 함몰되는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내 수석대변인과 원내 대변인인 김명연ㆍ민경욱 의원이 보수연합의 공동대변인을 맡기로 한 것도 논란 거리다. 원내 상황을 언론에 객관적으로 알리는 당직을 가진 의원이 계파색이 분명한 당내 조직의 ‘입’이 될 정도로 공사 구분을 못하는 수준이 됐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