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에는 좌우가 따로 없어야”
08/26/262023년 탈북한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 초청 강연
평양 엘리트 사회의 실상 공개…“북한 주민을 먼저 생각해야”
2023년 탈북한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 초청 강연회가 지난 21일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열렸다.
미주동중부한인회연합회(The Federation of Korean Associations Mid-East USA·회장 린다 한)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한인이 참석해, 북한 고위급 외교관이 직접 전하는 북한의 최근 정세와 엘리트 사회의 실상에 귀를 기울였다.
1972년 평양에서 태어난 이 전 참사관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공부하며 북한의 이른바 ‘평양 엘리트’로 성장했다. 그러나 해외 공작 업무를 담당하던 아버지가 권력투쟁에 휘말려 1994년 좌천되면서 가족의 삶은 급격히 어려워졌다. 재산을 몰수당하고 하루아침에 생계마저 막막해졌지만, 그는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평양외국어대학교에 진학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이 전 참사관은 대학 시절 고위층 자녀들과 비교해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해 44세에 최연소 부국장이 됐으며 외교 성과를 인정받아 김정은 표창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관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결국 2023년 가족과 함께 탈북을 결심했다. 북한 사회의 미래에 대한 회의와 자녀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결단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이 전 참사관은 “북한에서는 장사나 사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고, 외교관이 되면 오히려 감시와 통제가 심해져 살아가기 더 어렵다”며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언제 어떤 이유로 배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23년간 북한 외교관으로 살아온 그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에서 다시 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북한에 남은 동료와 지인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지만, 그는 “그래도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더 일찍 자유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북한 엘리트들이 체제에 심각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하메네이 정권과 같은 지도부가 사라질 경우 북한 주민들은 오히려 안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북한 외교관과 엘리트들이 과거 술자리에서 보였던 모습 등을 통해 체제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다만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두려워하는 엘리트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전 참사관은 “북한 주민의 상당수는 사회주의 체제를 원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며 “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진영 논리를 적용해 대북정책을 다르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정책에는 좌우가 따로 없어야 한다”며 “북한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탈북을 선택했지만, 북한을 비판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북한을 떠난 것처럼 북한 주민들 역시 더 나은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무력 충돌이나 일방적인 대북 조치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문제가 있더라도 주민들이 최소한의 경제 수준으로 올라서고, 남북이 자유롭게 방문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통일이 아닌 공동번영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