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점정부가 바꿀 통상 협상, 동맹에도 생긴 시간과 위험

미국 분점정부가 바꿀 통상 협상, 동맹에도 생긴 시간과 위험

미국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교역 상대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전략을 다시 계산하게 됐다. 의회는 통상과 관세에 관한 헌법상 권한을 갖고 있고, 예산과 감독 절차를 통해 행정부의 일방적 조치를 견제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불공정 관행을 근거로 한 기존 법률을 활용할 수 있어 선거 결과만으로 관세 장벽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과 일본에는 투자 약속을 세밀하게 재검토할 시간이 생길 수 있다. 두 나라는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협상에서 각각 3500억 달러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구상을 제시했다. 의회가 사업의 비용과 강제성을 따지면 백악관의 즉각적인 집행 요구는 약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 같은 쟁점은 공개 검증의 대상이 될 여지가 커졌다.

그러나 시간을 얻는 것과 약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임기 후반의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려고 관세 권한을 더 공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 이행이 늦어지면 특정 산업이나 국가를 겨냥한 추가 관세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 동맹국이 선거 결과를 압박 완화의 신호로만 해석하면 오히려 협상 비용이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유럽과 인도, 중국의 셈법도 서로 다르다. 유럽은 디지털서비스세와 항공기 금융 지원을 둘러싼 분쟁을 남겨두고 있고, 인도는 농업 보호와 수출 경쟁력을 저울질하며 협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중국은 내년 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의 약화된 입지를 활용하려 하겠지만, 민주당 의회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 통제를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새 의회는 통상정책의 방향을 반전시키기보다 의사결정의 문턱을 높일 공산이 크다. 한국은 투자액의 총규모보다 사업별 수익성과 법적 구속력, 미국 의회의 승인 가능성을 분리해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주정부와 의회, 행정부를 각각 상대하는 다층 협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분점정부가 제공하는 것은 면제권이 아니라 재협상의 기회이며, 그 기회는 준비된 근거가 있을 때만 실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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