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국장, 해고는 본인 수사 피하려고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이 초대형 정치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코미 전 국장이 지난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과 회동을 갖고 내통 의혹 수사 인력과 예산 증액을 요청했으며,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 리처드 버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다음 날 해임 건의안을 올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를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인 해임과 내통 의혹 수사의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코미 전 국장은 그간 내통 의혹 수사에 배당된 예산이 너무 적어 좌절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즉각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사실 당선된 날부터 해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해당 보도가 완전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백악관에서 코미 전 국장의 해임 사유를 묻는 질문에 “매우 간단하다. 그는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미는 워싱턴과 공화당, 민주당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며 “민주당은 몇 달간 코미에 대해 불평하다 이제 와서 억울한 척한다. 가짜 위선자들!”이라고 불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의 공분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이번 해임은 전례 없는 일이다. 스캔들은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인 상원 정보위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했다. 플린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경제제재 해제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지난 3월 경질됐다. 플린이 정보위 출석과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강제 소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로 러시아 내통 의혹의 전말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키슬랴크 대사도 동석했다. 백악관은 이번 회동에서 양국 관계와 시리아 분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소치에서 코미 전 국장 해임과 관련한 CBS방송 기자의 질문에 “그 질문은 매우 우습게 들린다. 러시아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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