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선주의 강화되나?... 미국과 결별도 가능하다는 EU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에 금이 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정말로 미국으로부터의 홀로서기를 원한다면 서둘러 '유럽 우선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직 유럽방위청(EDA) 관료인 닉 휘트니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연구원은 30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에 유럽은 현 정세에 대한 불평을 멈추고 이를 유익한 '웨이크업 콜'(wake-Up call)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휘트니 연구원은 "유럽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엄격한 상황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재정 운용 방식과 안보 정책을 면밀히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며 전통적 서방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정치·경제적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 거듭 우려를 표했다. 급기야 메르켈은 지난 28일 유럽이 더 이상 미국과 영국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독일 정부는 메르켈 총리가 보다 건설적 논의를 위해 현 상황에 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힌 것일 뿐이며, 범대서양 동맹은 양자 안보를 위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지돼 온 미국과 유럽의 동맹 체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 제기됐다. 이 같은 시스템을 일컫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현재로선 유럽이 미련없이 미국을 버리기에 충분한 안보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많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없인 무기 마련은 물론 정보, 감시, 정찰 업무를 진행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벨기에 왕립외교관계연구소(RIFR)의 스벤 비스콥 소장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추구하는 바가 유럽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이에 대응할 '유럽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는 수밖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비스콥은 EU가 스스로 강하다고 말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 탓에 장거리 이동수단, 위성, 무인기, 공대공 연료교체 등 안보에 필요한 전략적 요소들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유럽의 최우선 순위라며, 독일과 프랑스 지도자들이 협력해 공동 책임 하에 이 같은 과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브루노 레테 연구원도 같은 견해를 제시하며 "나토 내 미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유럽이 스스로 통합을 이루며 효과적으로 안보 체계를 조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가 섣불리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섰다간 러시아로부터 더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국의 핵억지력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한층 매파적 태세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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