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제재 부활하면 이란 진출 한국 기업들 비상

미국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가 부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미-이란 핵 합의 이후, 이란 개혁개방 분위기를 타고 한국기업들은 발전소와 철도, 정유공장 등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으나,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철수하면 자칫 거대 이란 시장을 중국에 고스란히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7일 코트라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적기준 우리나라와 이란의 연간 교역량은 111억5,300만달러로, 미국의 이란 제재가 다시 시작되면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란에 대한 제재면제 조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향후 120일 안에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란 핵 협정’(JCOPA)를 개정하지 않으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결정이다. 이란 정부는 핵 협정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이란 경제제재 부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현대로템과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한국기업들은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제재 복구로 금융제재가 강화되면 이란 발주처에서 대금을 받을 길이 봉쇄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란 철도청과 9,000억원 규모의 디젤동차 450량 공급계약을 체결, 중동 진출 이후 최대 철도차량 공급사업을 따냈던 현대로템 관계자는 “납기가 2024년으로 현재 설계 단계여서 투자금이 아직 얼마 들어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제재가 복구되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시장 침체로 이란에 목을 맸던 대림산업은 더욱 난감하다. 대림산업의 해외발주 사업 중 75%가 이란에 집중돼있는 상황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2조2,000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사업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 베헤쉬트 아바트 댐 및 공수로(27억달러), 사우스파 천연가스(LNG) 플랜트(35억달러) 등 이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향후 수년간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제재 적용 대상에 대한 예외조항을 면밀히 살펴 이란 사업계획을 다시 짤 것”이라면서도 “이란 내 다양한 사업기회가 박탈되는 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란에서 국내기업 중 가장 먼저 건설사업을 시작한 대림산업을 제외하곤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은 지난달 이란에서 이미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3일 이란 제재 복구 가능성을 예고하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이란 제재 복구예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의회에 넘기면서 무산되는 듯했다”며 “하지만 이번 조건부 승인은 시한을 못 박은 만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동참해 이란 제재를 복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복구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기업들이 물러나면 그 빈 자리는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5일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대 이란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 측 주장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며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란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ㆍ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최우선 파트너로 꼽힌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개발은행은 지난해 이란에 1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란 경제제재가 복구 돼도 타격이 적은 중국이 향후 이란에서 경쟁국의 빈자리를 메우며 독점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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