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패소한 배익기씨 다시 항소

“훈민정음 상주본 강제회수 막아달라” 소장자 소송 기각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사진)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소장자가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민사부(재판장 신헌기 지원장)는 22일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55·고서적 수집가)가 국가(문화재청)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의 소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배씨와 문화재청은 법원 중재로 지난해 세 차례 조정 절차를 밟았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강제집행으로 상주본을 회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해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2014년 무죄가 확정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관련 증거 등 공소사실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을 뿐, 상주본의 소유권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형사 판결에서 무죄는 증거가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또 원고는 국가 소유를 인정한 민사재판 결과 이전부터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소송은 민사 판결 이후에 생긴 이의 사항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골동품 업자 조모씨(2012년 사망)는 “배씨가 상주본을 훔쳐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조씨는 2012년 “상주본을 되찾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숨져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왔다. 


문화재청은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인도를 요구할 근거를 마련했다. 배씨는 선고 소식을 접한 후 “판결문을 제대로 살펴본 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주본은 예의·해례·서문으로 구성된 33장 중 예의 3장과 서문의 마지막 장이 떨어져 나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세기 이전 문자인 반치음, 쌍히읗 등으로 표기된 이전 소장자의 해석과 가필이 덧붙여진 상태다. 지난해 4월에는 배씨가 상주본 일부가 불에 탄 상태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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