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진영, 이너 클럽 형태의 모양으로 간다

우리나라의 진보 진영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야당 내 진보 강경파, 좌파 성향 재야 그룹, 시민사회·노동단체 등 세 그룹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세 그룹은 정치적으로 서로 지원하면서 인력 풀(pool)도 공유하는 공생(共生)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진보 진영이 새로운 인물을 키우기보다는 기존 멤버들끼리 '이너서클'을 형성, 수십년째 진보의 권력 구도를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독과점 공생 구조 속에서는 새로운 인물도, 새로운 노선이나 정책도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진보 진영에선 10년 넘게 새로운 간판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주도 세력은 PD(민중 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노회찬 전 대표 등이다. 이들은 이후 종북 주사파에 주도권을 빼앗긴 뒤 2008년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들이 종북과 결별한 혁신된 진보 정당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심상정·노회찬 등은 결국 2011년 12월 다시 통진당 세력과 손을 잡으며 정치적 실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야권 관계자는 "진보의 이념과 주도 세력 교체보다는 진보 기득권에 안주한 결과"라고 말했다.




당 밖에 있는 재야 원로 그룹도 수십년간 같은 인물들이 이끌고 있다. 함세웅 신부, 김성근 목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원로'라는 이름으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 2012년 총·대선 때 '원탁회의'란 이름으로 야권 연대를 중재했고, 작년과 올해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도 훈수를 두며 당내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 전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통진당 해산에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한 것도 이들이었다. 야당 내에서도 "재야 원로의 훈수 정치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새정치연합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나 친노(親盧) 인사들은 한때 '젊은 피'로 불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새 인물론'을 내세워 486을 대거 입성시켰다. 하지만 10~20년이 지난 지금은 "기득권 세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2년 총선 공천 등을 거치며 지금은 계파 이익에 매몰돼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새 인물을 영입할 수 있는 경로인 당 비례대표도 대부분 시민단체와 운동권 출신이 차지했다"며 "위기마다 인적 쇄신을 외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단신으로 당에 들어오면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등 다수 계파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안철수 세력'도 합당 이후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의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진보 정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자 인력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요 정책 결정이나 현안에 깊숙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아직도 운동권 출신들이 시민단체에서 정당에 들어가고 배지를 다는 '운동권식 정치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자기들끼리만 뭉치는 배타적 조직 문화와 학벌주의 등에 매몰돼 새로운 인물은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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