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애플에 10억불 투자...아이칸은 애플 주식 팔아치워

미국의 애플을 바라보는 월가의 두 거물 간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려 관심을 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가이자 백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애플 주식을 팔아치운 데 비해, 기술주에 인색한 평가를 해온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1분기 애플의 실적 부진에도 이 회사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1747억 원) 어치 이상 사들였다고 밝혔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지며 시가 총액 1위인 애플의 주가도 이날 미국 나스닥에서 3.5% 오른 93.6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매입은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규모에 비춰볼 때 버핏의 '좌청룡, 우백호'로 통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책임자 토드 콤스나 테드 웨슐러가 그 과정을 지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버핏은 저평가되거나 아직 충분히 오르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며 기다린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가치 투자의 대가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1년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할지 모른다”는 선언 이후 기술주 투자에 극히 인색한 태도를 보여 왔다.


FT는 버핏이 그동안 꺼려오던 기술주를 대거 사들인 것은 애플이나 구글 등 첨단 기술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 회사'라는 간판만 달면 '미래 가치'라는 미명 하에 주가가 치솟던 IT버블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옥석이 가려지면서 이들 기업의 사업 모델을 차분히 돌아보며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가 최근 인터넷 기업인 야후의 신 사업 부문에 지지 의사를 피력한 한 투자그룹의 편지에 서명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버핏은 '빅블루'란 애칭을 가진 IBM 주식도 120억 달러 어치 이상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그동안 예측가능한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비교적 저렴한 주식들을 선호해 왔는데,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들이 지난 10여년간 시장의 불신을 씻어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며 이제는 버핏의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T는 애플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해온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제프리의 진 먼스터를 인용해 애플 투자자들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젠 먼스터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버핏을 비롯한) 새로운 유형의 투자자들이 등장했다”며 “그들은 더 가치투자 지향적이고, 자본 수익률을 중시한다”고 버핏의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가치 투자 대가의 애플 주식 매입은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가인 칼 아이칸이 이 회사의 중국 사업에 우려를 표시하며 주식을 다 팔아치운 뒤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아이칸은 “중국을 대하는 애플의 태도를 상당히 우려한다”며 “중국 정부가 개입해서 애플이 활동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애플 주식 매각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FT는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꺼려 온 애플의 팀 쿡 최고 경영자가 중국을 방문했고, 리더들과 매듭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며 “이번이 부임 이후 8번째 방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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