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협상 최종단계…이란, 미국 조치 없인 재개방 거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통항 체계를 놓고 협상 최종단계에 들어갔지만, 해협이 곧바로 완전 정상화될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은 양국이 새로운 선박 통항로의 기본 틀에 접근했다고 밝히면서도 오만과의 기술적 합의만으로 해협을 전면 재개방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전쟁 종식과 제재 완화의 핵심 지렛대로 사용해 왔다. 전쟁 전 호르무즈는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항로여서 협상 결과는 국제 유가와 해운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란이 요구하는 조건은 단순한 항로 관리 규칙보다 훨씬 넓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항만 봉쇄와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전쟁 피해와 관련한 보상 문제에도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상업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이 실제로 보장될 경우 봉쇄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직접 협상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중재국과 비공식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합의가 발표되더라도 어떤 조치가 먼저 이행되고 어느 시점에 제재와 봉쇄가 완화되는지에 따라 실제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해운업계는 정치적 발표보다 선박 안전과 보험 조건을 더 중요하게 본다. 최근 해협 주변에서 선박 공격과 위협이 이어지면서 전쟁위험 보험료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선주들은 검사권과 통행료, 특정 국가 선박의 차별 여부가 명확해져야 운항을 늘릴 수 있다. 정치적 선언과 실제 선박 운항 사이의 간극이 큰 만큼 며칠 이상의 안정적인 통과 기록이 필요하다. 에너지 수입국들은 이미 중동 공급 불안에 대응해 조달망을 바꾸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극동산 원유 비중을 높였고 아시아 정유사들은 서아프리카와 미주산 원유를 포함한 대체 공급선을 검토해 왔다. 해협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의 운송거리와 가격 경쟁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몇 달간 구축한 대체 공급망을 곧바로 폐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상의 성패는 합의문보다 이행지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선박 통과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전쟁위험 보험료가 낮아지며 항만 대기시간이 줄어드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완화와 금융제재 조정이 실제로 시행되는지도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합의를 정치적 승리 선언에만 활용하고 실무조치를 미룬다면 해협은 다시 긴장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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