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대 총장 인종차별 논란으로 퇴진 학생들 투쟁의 일주일
11/10/15미국 미주리대 학생들의 인종차별 반대 투쟁이 일주일 만에 '총장 퇴진'까지 이끌어냈다.
흑인 학생 비율이 전체의 10%에도 못미치는 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건 학생과 지도자들이 인종 불문 연대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미주리대 팀 울프 총괄총장은 9일(현지시간) 총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미주리대 콜롬비아 캠퍼스 리처드 보언 로프틴 부총장도 사퇴했다. 최근 미주리대에서 있었던 일련의 인종차별 문제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4월이었다. 이 대학 기숙사 복도에 '하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나치 표식의 낙서가 그려졌다. 범인은 신입생 브래들리 베커였다.
지난 9월에는 흑인 학생회장이 길을 가던 중 한 무리의 학생들이 그를 향해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N-word)를 외치며 조롱했다.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곧장 퍼져나갔다.
지난달에는 교내에서 연극 리허설을 하던 흑인 학생들에게 술취한 백인 남성이 다가와서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당시 "우리들 사이에 믿을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학교 측은 지난달 8일,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다양성 교육을 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울프 총장이 타고 있던 차량이 총장으로부터 입장을 듣겠다고 나선 학생들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갔다.
이 일이 결국 한 학생의 단식투쟁으로까지 번지기에 이르렀다.
이 대학 대학원생 조나단 버틀러(25)는 "총장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트윗을 날리고, 편지를 보내도 아무 답을 못 받았기에 차량 앞을 막아섰다"면서 총장에게 사임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버틀러는 울프 총장이 사임하기 전까지는 단식을 풀지 않겠다며, "목적을 위해서는 죽을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다. 사람들을 나를 보며 모욕적인 단어를 내뱉었고, 내 기숙사 방문에 그 단어를 써놓고 가기도 했다"면서 "이 문제는 적어도 내게 굶어죽더라도 지켜야 할 '정의'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버틀러를 지지하는 다른 학생들도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기 시작했다.
버틀러의 단식이 계속되자 울프 총장도 "버틀러의 건강이 우려스럽다"면서 유감을 표시하는 입장을 내놓게 된다. "내 행동이 이번 사건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면서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에는 이 대학 풋볼팀이 공식적으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팀 내 흑인 선수들이 버틀러의 단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연습도 경기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다른 백인 선수 및 코치들 30여 명이 모두 이들을 지지하면서 이번 시즌 경기를 전부 뛰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팀 코치 개리 핀켈은 "이번 주말 앞두고 있던 경기를 모두 기대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 앞에서 풋볼은 후순위다"라고 말했다.
The Mizzou Family stands as one. We are united. We are behind our players.#ConcernedStudent1950GPpic.twitter.com/fMHbPPTTKl
— Coach Gary Pinkel (@GaryPinkel)November 8, 2015
외부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풋볼팀의 행동으로 인해 이번 사건은 전국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됐다. 일단 이 풋볼팀이 이번 시즌 예정돼있는 경기 중 한 경기만 출전을 취소해도 대학 측이 위약금 100만 달러를 물어내야 해서 파장이 커졌다.
결국 한 학생의 단식이 시작된지 일주일 만에 공화당과 민주당 지역구 의원 등까지 합세해 총장 퇴진에 힘을 실었고, 울프 총장의 사임이 현실화된 것이다.
◇퍼거슨에서 콜롬비아…흑백 갈등은 진전되고 있을까
미국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 이슈의 이정표처럼 여겨지는 퍼거슨 사태 등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피해자들의 결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학생의 단식과 풋볼팀의 연대가 교내 이슈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 전역에서 학생이 몰리는 명문대 등 거점대학에서는 늘 이와 같은 인종차별 문제가 있었다. 미주리 지역에 4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는 미주리대만 해도 콜롬비아 캠퍼스 학생 수만 3만 5000명이다.
그런데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들까지 한 뜻으로 수업을 보이콧하며 총장 사임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주리대 콜롬비아 캠퍼스는 전체 학부생의 79%가 백인이다. 흑인 학생은 학부생의 8%에 불과하다. 교수진도 70% 이상이 백인이며, 흑인 교수는 3%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또 이 대학은 지난 1950년 처음으로 흑인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와 관련해 '1950년을 다시 걱정한다'는 의미의 해시태그( #ConcernedStudent1950)가 퍼지기도 했다.
울프 총장은 사임의 변을 밝히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총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