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재즈 작곡가 미국에서 "세월호 추모 앨범" 발표

"잊힐 수 없는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그리고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일은 음악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는 일이었습니다."


'지요'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하며 국내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다 돌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재즈작곡가 이지혜(여). 그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재즈 앨범 'April'(4월)을 낸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2007년 첫 번째 싱글 '개화'로 데뷔했고, 3년 뒤 '갈림길' 등 4곡을 묶어 첫 정규 앨범을 냈다. 그러던 중 더 좋은 음악을 찾아 2011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작곡과 보컬 연주를 4년간 전공한 그는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맨해튼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버클리음대 재학 중 자작곡 8곡을 써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곡들로 미국 흑인 재즈음악가를 기리는 '듀크 엘링턴 어워드'를 2년 연속 수상했고, 지난 2014년 시애틀에서 열린 '여성 재즈 작곡 컴피티션'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재즈에 영혼을 빼앗길 그즈음,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그도 두 눈으로 똑똑히 그 사건을 목격했다.


그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pril'은 비통했던 2014년 4월 16일, 아직도 많은 의문과 논란이 남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한 작곡가의 내면 반응을 기록한 앨범"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사건이 나라와 제 삶 전체를 흔들었어요. 한국인으로서, 또 그 시대를 살아 경험한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최소의 일, 가장 중요한 일, 어쩌면 유일한 일이 작곡이었을 겁니다."


당시 보스턴에 살던 그는 운명처럼 세월호 사건 직전에 'April Wind'(4월 바람), 'Deep Blue Sea'(심해)라는 노래를 지었다. 거부하기엔 너무 강한 우연이었기에 그는 이들 작품이 개인적인 음악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세상에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믿었다.


이후 그는 1년 반 동안 'Sewol Ho'(세월호), 'Whirlwind'(회오리바람), 'Guilty'(죄책감), 'You Are Here'(그대 여기에)라는 곡을 만들었다.


"앨범의 주제가 된 'Sewol Ho'라는 곡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노래입니다. 휘청거리는 듯한 베이스라인, 화성들은 서로 부딪치고 소리 지르며, 멜로디는 점프하고, 박자는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잔잔한 밤바다의 일렁거림과 깊은 바닷속 거센 해류를 떠올리며 작곡했던 'Deep Blue Sea'는 이제 자신의 품 안에서 세월호를 안은 채 마음으로 부르는 '바다의 노래'가 됐습니다."


모두 6곡을 담은 이 앨범은 버클리음대의 원로 교수진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완성도를 높였고, 각국의 후원자 300여 명이 제작비용을 모아 만들어졌다.


이지혜는 지난해 8월 킥스타터 웹사이트(kickstarter.com/projects/1360618110/jihye-lee-jazz-orchestra)를 통해 기금 마련 캠페인을 펼쳐 앨범 제작비 1만8천 달러(약 2천만 원)를 마련했다.


"버클리음대 교수이자 작곡가인 그레그 홉킨스가 함께 프로듀싱을 도왔고요, 버클리음대 교수와 전문 연주자 등 20명의 멤버가 앨범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수많은 시민의 뜻이 모여 이번 추모 앨범을 만든 셈입니다."


이지혜는 "현재 모든 음반 취입 과정을 마무리한 뒤 CD를 찍어내는 단계여서 2∼3일 후면 앨범이 나온다"며 "'April'은 후원으로 만들어졌기에 당분간 온·오프라인에 발표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15일 'Sewol Ho'(www.youtube.com/watch?v=GtOo0t5XuPM), 16일 'Deep Blue Sea'(www.youtube.com/watch?v=3NW2aHuH6sk) 등 2곡을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한다.


그는 후원자들에게 앨범을 먼저 선물하고서 발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뉴욕과 보스턴에서 발매 기념공연을 여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국 무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April'은 여러 감정을 울려냅니다. 희대의 잔혹했던 사건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4월에 일어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둠 뒤에 밝음이 오고 추위를 지나 따스함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듯이 누구의 책임인지도 모른 채 짓밟힌 어린 꽃들이 다시 소망으로 피어나길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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