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내세우는 남편 빌 클린턴의 경쟁력은?
05/17/16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남다른 도전에 나섰다. 1992년 유명한 선거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를 통해 제42대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뒤 연임(1993-2001)후 백악관을 떠난 그가 3번째 백악관 입성을 넘보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남편 빌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른바 '원 플러스 원'(1+1) 대통령 카드를 통해 11월 본선거에 대비한 실마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을 '경제 특사'로 임명해,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90년대 후반 미국 경제호황을 불러일으켰던 빌 클린턴의 '성공 이미지'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용하기에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유권자들이 '부동산재벌' 트럼프에게 새로운 정치지도자로서의 기대를 갖는 이유는 실패한 미국에 분노한 백인 노동계층에게 일자리 창출 등 반등의 기회를 주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멕시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남쪽에 국경장벽을 세우겠다"는 극단적인 트럼프의 발언은 이민자 유입으로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패배감을 느끼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자유무역과 개방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사실상 미국만을 위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실제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는 주로 백인이고,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미국의 빠른 변화로 경제적 소외를 경험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농업, 건설업, 무역, 산업 등 '낡은 경제'에 종사하고, 실업자, 취업 자체를 포기한 이들이 많을수록 트럼프를 더 지지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선점한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빌 클린턴을 통해 빼앗고자 한다.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막연하고 이상적인 것인 반면, 빌 클린턴은 실질적인 성과와 지표를 보유한 합리적인 정책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CNN머니는 16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제성과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부진하고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효과적인 셀링포인트"(selling point)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 클린턴은 8년간의 대통령 재임기간 2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770만명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재임 첫해 6.9%였던 실업률도 2000년 최소 3.9%까지 떨어졌으며, 균형 잡힌 예산으로 연방정부 재정적자도 극복했다.
침체된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클린턴의 선거구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독불장군 트럼프에게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여성대통령으로서 부족했던 백인 남성의 지지도 확보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빌 클린턴의 훤칠한 모습도 매력적이다.
다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클린턴의 히든카드가 유의미한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는 불확실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과를 마냥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1990년대는 미국 중간가구소득이 증가한 마지막 시기로 이후 소득은 정체를 거듭했다. 파생상품 등 금융규제 도입을 거부하고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함으로써 사실상 경기침체의 방아쇠를 당긴 책임이 빌 클린턴에게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IT산업 성장의 버블은 곧바로 무너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유무역정책 역시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는 지점이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성사시켜 미국 노동자들의 삶의 토대를 앗아갔다고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미국 예산정책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제러드 벤스테인은 "빌 클린턴의 혼성된 정책 의제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급변한 경제환경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잘 알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족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는 비아냥도 있다.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클린턴이 대통령의 책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야말로 일자리를, 부를, 임금을 창출할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의 합류가 향후 클린턴의 선거전략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