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들, 트럼프 행정부와 민감정보 공유 여부 심사숙고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 관련 극비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자, 영국과 독일 등 미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 AP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즉 미국에 정보를 넘기기 전, 이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심사 숙고할 수 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FT에 따르면 유럽의 전·현직 정보 요원들은 현재 지난 수십년간 구축해온 중요한 정보 공유 체계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강하게 경고했다.


한 영국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극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민감한 첩보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린 폰 히펠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사무총장은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직 분명치 않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미국과의 정보) 관계는 중요하고 우리의 동맹국들은 주로 우리가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복잡한 (정보) 채널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은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그가 대통령으로서 “전권”을 갖고 러시아에 테러와 관련한 “사실들”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토마시 발라섹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슬로바키아 대사는 “동맹국들은 이미 그들이 워싱턴에 보내는 정보가 무엇이든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백악관과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한번 더 숙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발라섹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수석 고문들이 지난 2월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의 공개된 만찬장에서 북한 미사일 대응책을 논의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와 정보 공유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IS 관련 극비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측도 마찬가지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이었던 대니 야톰도 미 CBS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매우 민감한 정보를 넘기기 전에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정보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난 3월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도청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GCHQ가 이례적으로 공식 성명을 통해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013년까지 GCHQ에서 사이버작전과 정보 담당 수장이었던 브라이언 로드는 “그것은 하나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보와 관련해 백악관의 누적된 행동들은 영국으로 하여금 상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행동을 하기 전 동맹국들의 안심시키는 것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사태로 미 정보요원들은 이미 다양한 채널들과의 정보 공유가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보 당국자들도 이번 사태를 충격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리즘과 관련해 유럽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유출이 심상치는 않지만, 정치 지도자로서 어떤 정보를 누구와 공유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유럽 동맹국들이 우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유럽이 미국에 제공하는 정보보다는 미국으로부터 얻는 정보가 훨씬 더 많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정보공유 중단이나 동맹관계 악화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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