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리 “러, 어지러운 미국 원해,2020년 美 대선에도 사이버공격할 것”

지난해 2월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의 좌파성향 뉴스 웹사이트인 카운터펀치에 이메일 하나가 접수됐다. ‘앨리스 도노반’이라는 이름의 발송자는 ‘초보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도노반은 이후 카운터펀치 등 온라인 매체 10여곳에 투고했는데, 초기에는 정치적이지 않던 그의 글이 미 대선 열기가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속해서 공격하는 등 정치적 냄새가 짙어진 것이다. 코드명 ‘북부의 밤(Northern Night)’ 작전으로 도노반을 추적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크렘린 지휘를 받는 트롤 부대(Trolls Armyㆍ사이버 여론조작 조직)의 일원”이라고 결론내렸다. 올 10월 중순까지도 그는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을 비판하는 글을 계속 써 왔다.


러시아의 대미 사이버 공격은 작년 미 대선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것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미국의 대내외 정책 비판 등의 형태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미 미 정보당국이 대러 사이버 대응작전을 마련했음에도 불구, 트럼프 행정부가 이의 실행을 머뭇거리면서 러시아의 사이버 전사들이 인터넷에서 계속 활개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스케줄과 함께 멈췄다고 여겼던 러시아의 대미 사이버 작전은 현재 진행중이라는 얘기이다.


전ㆍ현직 고위 관리 수십명을 인용한 WP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지지 메시지 전파’에 주력했던 러시아 트롤 부대는 올해 1월 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활동 초점을 바꿔 작전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들에 대한 공격을 퍼부어 미국 사회에 ‘불화’를 퍼뜨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한 전직 관리는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에 맞설 수 없는 ‘어지러운 미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과 정보기관, 국방부 등의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의 미국 정치 간섭을 거의 의심하지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더글러스 루트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주재 미국 대사는 “작년의 일(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은 일회성이 아니라고 여겨야 한다”며 “러시아는 미국의 취약 지점을 발견했고, 보다 정교하게 목표를 설정한 접근방식을 갖고 2018년(중간선거)과 2020년(대선)에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다. 사실 미국 정부는 늦어도 2014년부터 러시아의 사이버 위협을 감지,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지시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트롤 부대 활동 서버 파괴 ▦미 정보기관 운영 러시아어 웹사이트 채널 개설 등 작전 계획 6건도 마련했다. ‘푸틴의 이중성’과 ‘미국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간섭’ 등을 입증하는 증거를 담은 보고들도 백악관에 잇따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자와의 좋은 관계 구축’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런 대통령 탓에 1년 넘도록 ‘트럼프의 백악관’은 작전 실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분열돼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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