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열려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피자 배달부 대신 '팬티 바람' 사회자가 화제를 뿌렸다. 

22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사회자인 미국의 유명 코미디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가 시상식 도중 흰색 팬티만 입은 채 무대에 올랐다. 

이는 슈퍼히어로 스타에서 퇴물로 전락한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분)이 흰색 팬티만 걸친 채 거리를 내달리는 영화 '버드맨'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팬티 퍼포먼스'에 기운을 얻은 덕인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날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제가 영어를 잘 못한다. 영어를 좀 잘하는 사람이 이민 올 수 있도록 내년에는 이민법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후 "이 영화 뒤에서 일하는 모든 분이 영웅"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 시상식은 배우들이 무대 아래서 단체로 '인증 샷'을 찍고 즉석에서 피자를 배달주문해 나눠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 작년보다 다소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트로피를 거머쥔 수상자들은 저마다 눈물과 재치, 감동으로 가득한 소감을 풀어놓았다.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그레이엄 무어는 "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이상하다는 생각에 16살 때 자살하려고 했지만 지금 여기에 서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지금 이 자리가 (16세의 저처럼) 자신이 남과 다르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위한 자리였으면 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 순서가 올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크리시스 핫라인'을 연출한 데이나 페리도 15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자살 문제를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사회자 닐 패트릭 해리스는 데이나 페리의 무대 의상과 관련된 부적절한 농담으로 누리꾼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줄리안 무어(스틸 앨리스)는 잠깐 울먹였으나 곧 "오스카상을 받으면 수명이 5년 늘어난다는 기사를 읽었다"면서 "남편이 연하라 제가 오래 살아야 하기에 아카데미 관계자들에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메릴 스트리프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보이후드)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해 우리는 함께 싸웠고 평등이야말로 모든 이, 특히 여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소감에 환호했다. 

평소 도넛을 좋아하는 맷 커크비 감독은 '더 폰 콜'로 단편영화상을 거머쥔 뒤 무대에 올라 "이제 동네 빵집 '펌프 스트리트 베이커리'에서 공짜 도넛을 받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로 열연했던 에디 레드메인은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 환자들을 위한 상이라고 강조했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들을 위한 인사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J.K.시몬스(위플래시)는 수상소감에서 "아내의 사랑과 현명함, 희생, 인내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제 아이들보다도 제가 아내를 더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시상식 중간에는 로빈 윌리엄스 등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쳐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인 '셀마'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글로리'로 주제가상을 받은 존 레전드와 커먼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은 50년 전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흑인 참정권 획득을 위해 행진하며 건넜던 앨라배마주 셀마의 다리를 언급하면서 "이 다리의 정신은 더 나은 꿈을 꾸는 시카고 남부 아이들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프랑스 아이들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홍콩 아이들을 연결지어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공연을 지켜보던 '셀마'의 주연배우 데이비드 오옐로우(마틴 루서 킹 역)와 배우 크리스 파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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