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울린 3살 난민 소년- 유럽의 장벽을 부술 수 있을까?
09/04/15아일란 쿠르디(3)는 엎드린 채 얼굴을 해변 모래에 묻고 있었다. 수 시간 전, 에게해 한 가운데 난파선에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의 손을 놓친 후 이곳 터키 유명 휴양지 보드룸(Bodrum) 해변까지 휩쓸려 온 후 줄곧 그대로였을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얼굴이 계속 잠기지만 아일란은 엎드려 꼼짝하지 못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인 시리아를 탈출, 그리스 코스(Kos)섬을 향하는 소형보트에 가족과 함께 몸을 실었던 꼬마 아일란은 구명조끼 하나 걸치지 못한 채 이곳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그 근처에서 5살짜리 형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전쟁을 피해 바다를 건너려던 시리아 남민 형제가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3일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아일란의 마지막을 담은 사진을 1면 등에 주요기사로 다루며 “만일 여기 이렇게 죽은 시리아 꼬마의 사진마저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인디펜던트) 와 같은 묵직한 질문들을 던졌다.
각자의 잇속 계산에 난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촉구도 잇달았다. 특히 난민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딘 나라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고집하며 난민을 ‘무조건 수용’하자는 입장을 밝힌 독일과 대척점에 선 영국 정부에 대한 날 선 메시지도 함께였다.
인디펜던트는 “이 한 장의 사진 만큼 적나라하게 난민의 실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아이의 시신이 해변에 있는 모습을 신문에 싣기로 결정했다”라며 “더할 나위 없이 슬픈 사연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야당 정치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일제히 영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팀 파론 영 자유민주당 대표는 “끔찍함을 넘어서는 이 사진은 난민에 대해 침묵해온 캐머런 총리를 당장 일으켜 세울 경보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신문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과거 난민들에 대해 “벌레 떼와 같다”, “사냥감을 쫓아 다니는 모습이다”와 같이 경멸스럽게 표현했던 사례들도 다시 들춰냈다.
가디언도 아일란 가족을 포함해 23명을 태운 소형보트 2척이 2일 오전 4시(현지시간) 전복돼 12명이 숨진 사연과 아일란의 사진을 소개하며 캐머런 정부를 압박했다. 신문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하게 느끼게 했다”라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난 이들이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상기시킨다”고 보도했다.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자 3일 캐머런 총리는 “아이 사진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영국은 난민 사태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난의 화살을 집중되고 있는 캐머런 정부는 정작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난민을 위한 여러 청원 운동에 동참하는가 하면 트위터에서 ‘파도에 씻겨간 인간성(#Humanity washed ashore)’을 해시태그한 글과 아일란의 사진을 공유했다. AFP는 캐머런 총리의 난민 수용과 지원을 요구하는 영국의 시민 청원 운동에 3일 오전까지 4만명이 참여했으며, 인디펜던트의 독자 서명 참여 캠페인에도 12시간 만에 2만명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이에 영국 데이비드 케머런 영국 총리가 시리아 난민 수천명을 추가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 아니라 시리아 주변국들의 난민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이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난민을 수용하되 독일처럼 이미 유럽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문을 열지는 않을 것임을 뜻한다.이런 비국적인 사고가 있고 나서야 조금씩 태도를 달리하는 게으른 정치가 들에게 이주민(migrants)과는 또 다른 난민(refugees)이라는 국제법상의 구분을 기억하라고 하고 싶다. 국제법이 부여한 난민으로써의 지위는 인류 보편적 영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