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뉴햄프셔는 루비오에게...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현장 스케치
02/09/16미국 뉴햄프셔주 내슈아에 사는 스콧 해튼버그(47)는 원래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 뉴햄프셔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도 여러 번 나가봤다고 했다. 몇차례 걸려온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 저녁(현지시간) 내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만난 해튼버그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들은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매우 호감을 느끼는 듯 했다. 루비오가 부인과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연단에 올라 열변을 토한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내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가족의 가치에 바탕한 보수주의 운동을 펴겠다고 말했다. 내슈아/손제민 특파원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내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가족의 가치에 바탕한 보수주의 운동을 펴겠다고 말했다. 내슈아/손제민 특파원
“트럼프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시원하기도 했다. 그의 말투를 비난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진력이다. 트럼프에게는 그것이 보였다. 나는 사실 언론에서 하도 트럼프를 많이 보여줘서 트럼프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루비오가 말하는 것을 처음 들으면서 그가 매우 진실한 사람이면서도 추진력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가진 우려를 가장 잘 다뤄줄 사람 같다.”
그는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는 수많은 백인 중산층의 한 명이다. IT업계에 종사하는 그는 인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뒤에 백인 비율이 90% 이상인 뉴햄프셔로 이주해왔다. 최근 들어 주변에 많아지는 이민자들의 존재 때문에 자신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여기는 듯 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다섯명이나 되는 자녀들의 미래이다. 점점 더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에 몰려들어오면서 내 아이들이 과연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내 아이들이 나 같은 중산층이 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후보도 ‘중산층의 위기’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해튼버그는 “사회주의자라고 해서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슈아에 사는 스콧 해튼버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마르코 루비오의 연설을 듣고나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내슈아/손제민 특파원
내슈아에 사는 스콧 해튼버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마르코 루비오의 연설을 듣고나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내슈아/손제민 특파원
영하 10도 가까운 기온에 폭설이 내려 곳곳에 교통이 마비된 이날 저녁 해튼버그의 부인은 인근 도시 허드슨의 앨번 고등학교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유세장으로 갔다. 그의 부인은 힐러리가 외교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고,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튼버그는 말했다.
해튼버그는 “오늘 밤 집에 돌아가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 서로 설득하겠지만 아마도 나는 루비오에게, 아내는 클린턴에게 투표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해튼버그 부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투표할 90여만 명의 유권자들 약 44%에 달하는 이른바 ‘무당파’에 속한다.
루비오는 이날 강당에 모인 500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부인 지넷 도우스데베스를 소개하며 “17살 때 같은 고등학교 친구로 만나 7년간 사귄 뒤 결혼했다”고 말했다. 자녀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우리는 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라는 21세기의 과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내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마지막 유세를 가진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루비오 의원은 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만 답했다. 경호원(왼쪽의 노려보는 사람)의 제지로 더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 저녁 내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마지막 유세를 가진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루비오 의원은 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만 답했다. 경호원(왼쪽의 노려보는 사람)의 제지로 더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에 3% 정도만 뒤진 채 3위를 차지하며 ‘사실상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의 시선은 공화당을 넘어 민주당 후보들을 향해 있었다.
그는 “샌더스가 미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사회주의 미국을 원하는가”라고 말하는가 하면 힐러리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처음으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는 상태로 취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대통령은 “가족의 가치와 보수주의 운동에 기반을 둔 나 같은 사람”이라며 “나는 강력한 미국의 군대를 만들어 우리의 이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당에 모인 500여명의 청중들은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연호했다.
루비오는 바텐더 일을 했던 쿠바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이민 2세이다. 2013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초당적인 이민개혁법안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테드 크루즈, 도널드 트럼프 등 그의 공화당 내 경쟁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상원 외교위의 동아태 소위에 있으면서 같은 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과 함께 북한산 광물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 강화법안을 발의하는 등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의 부인 지넷 도우스데베스는 8일 네 명의 자녀들과 함께 남편의 유세 현장을 내내 지키며 지지자들은 물론 기자들의 물음에 일일이 응대했다. 그는 플로리다에 정착한 콜롬비아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이민 2세다. 남편 루비오에 대해 “집에 있을 때 설거지와 빨래도 하는 남편”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의 부인 지넷 도우스데베스는 8일 네 명의 자녀들과 함께 남편의 유세 현장을 내내 지키며 지지자들은 물론 기자들의 물음에 일일이 응대했다. 그는 플로리다에 정착한 콜롬비아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이민 2세다. 남편 루비오에 대해 “집에 있을 때 설거지와 빨래도 하는 남편”이라고 말했다.
이 날 공개된 CNN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트럼프가 3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루비오(17%),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4%), 케이식(10%),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7%)가 뒤를 이었다. 민주당은 샌더스가 61%의 지지율을 얻어 힐러리(35%)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은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주와 인접해있는 등의 이유로 샌더스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힐러리 캠프는 45세 미만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샌더스에게 지지율이 뒤진 것으로 나타나며 젊은 여성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여성 대통령의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원에 국한된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들에게 개방된 프라이머리로는 처음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9일 0시 북부의 작은 마을 딕스빌놋치에서 처음 시작됐다. 모두 9명의 유권자가 사는 이 마을에서는 민주당의 샌더스가 4표, 공화당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3표, 도널드 트럼프가 2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날이 밝은 뒤 아침부터 투표를 시작해 저녁까지 투표를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