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 이어 방위비 더 내라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이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국에게 더는 재정 여력이 없는 만큼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방어능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라는 주장을 노골적으로 펴고 있다.


트럼프는 29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한국·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솔직히 이제는 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이란도 10년 이내에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며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방위를 더이상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들 국가를 군사적으로 엄청나게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은 극히 일부분(a fraction)"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이 매년 수천 대의 TV세트를 주문하고 있다며 한국이 부자 국가임에도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은 채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또다시 드러냈다.


트럼프는 특히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이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비확산 정책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동문서답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이것은 확산이 아니다"라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였던 삼촌으로부터 핵에 대한 문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봤던 가장 멍청한 합의가 이란과의 핵 합의인데, 이란은 10년 내에 핵무기를 가질 것이다. 나는 (한·일 핵무장 용인 발언을 했던)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사회자가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거듭 추궁하자 "나는 핵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의 가장 큰 위협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핵 지구 온난화(nuclear global warming)가 가장 큰 위협"이라고 얼버무리고는 "우리는 엄청난 거품 위에 앉아있으며 우리는 돈이 없다"고 답변을 비켜나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내용의 비확산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장의 운반수단은 없지만 조만간 갖게 될 것"이라며 "나는 방아쇠를 당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일정 정도의 방어 또는 공격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은 최대 공급자로서 북한에 엄청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아직 본선에 진출하지 않은 경선후보인데다가 공약의 내용이 제대로 정리돼있지 못하고 실제 집권하더라도 공약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는 사업가 출신이어서 당장의 경선과정에서는 다소 과장된 어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집권할 경우에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은 갈수록 심화되는 재정난 속에서 미국의 해외주둔을 비롯한 대외적 군사운용 부담을 줄이고 고립주의 노선으로 돌아서려는 미국 보수진영 일각의 인식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지하고 있는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복지의 여왕'에 비유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가 실제 집권했을 때 공약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대선 기간 내놓은 발언의 '선언효과'(announcement effect)로 인해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비율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정책운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분담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100%로 올리면 어떠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핵무장 용인 발언이 국제 안보체제에 미치는 위험성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에 대한 사실관계를 놓고 다른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지금보다도 더 정확하고 치밀하게 외교적 대응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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