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한파 그 원인은?
01/05/18살인적인 한파가 북미 대륙을 덮치면서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에 30년 만에 눈이 내렸다. 이번 한파 영향으로 중서부 오대호 주변의 위스콘신주에서만 5명이 숨지는 등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3일(이하 현지 시각) 캐나다와 접경 지역인 미국 동부 최북단인 메인주부터 최남단 플로리다주까지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의 영향권에 들었다고 보도했다. 폭탄 사이클론은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발(發) 차가운 기류가 만나 만들어지는 저기압 폭풍이다.
이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미국 남동부의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조지아주·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따뜻하기로 유명한 남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특히 플로리다 주도인 탈라라시에서는 1989년 이후 처음으로 1인치(2.5cm)가량 적설량을 기록했다. 플로리다에 의미 있는 적설량이 기록된 것은 사실상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롤리-더럼 지역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 이는 1887년 이후 130여 년 만의 최저치다.
미 동부 연안도 비상이 걸렸다. 미 북동부와 중서부 상당 지역이 연말에 내린 폭설로 뒤덮여 있는 상태에서 눈과 비가 뒤섞인 강풍이 동부해안에 불어닥칠 상황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3일(현지 시각)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에 폭설 및 강풍 경보를 발령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눈 폭풍 영향으로 동부 연안을 운행하는 항공편은 차질을 빚었다. 조지아의 사바나-힐턴 헤드 국제공항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 국제공항은 임시 폐쇄됐다.
미 CNN방송은 이번 미국 전역에 들이닥친 한파로 최소 1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에서만 5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에는 새해 야간 모임 중 담배 피러 밖에 나갔다가 해안선에서 미끄러져 동사한 젊은 여성도 있다. 텍사스 주에서 4명이 사망하고 노스다고타주와 미주리주에서 각 1명씩 숨졌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꽁꽁 얼린 살인적인 한파가 동부연안을 강타하고 있다. 100년 만의 강추위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바닷물이 얼면서 동사한 상어가 발견됐다. 물을 부으면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다. 이번 한파로 미 전역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는데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州)에 폭설과 강풍 경보를 발령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선 프랑스에서만 2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시속 117㎞가 넘는 강풍 탓에 파리에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태풍이 빈발하고 있다. 4일 오전 9시 베트남 호찌민 동북동 510㎞ 부근 해상에서 소멸한 올 제1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지난 3일 발생한 것이다. 하루 만에 태풍으로서의 생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달 14일에 2017년 26호 태풍 ‘카이탁’이, 지난달 21일 27호 ‘덴빈’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남짓한 사이에 태풍이 3개나 발생했다. 보통 12월~2월 3개월 동안에 1.6개꼴에 발생했던 태풍이 확연히 늘어난 셈이다. 필리핀에서는 태풍 ‘덴빈’으로 인해 240명이 사망했고, 100여 명이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의 강력한 겨울 폭풍은 북극진동 탓으로, 동남아의 태풍 발생은 라니냐와 관련이 있는 남방진동 탓으로 설명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지구온난화 추세로 인해 북극 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나타내고 있고, 이로 인해 극지방을 감싸고 도는 극와류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은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를 나타내는 값이다. 기압 차이가 평소보다 커지면 양(+)의 값을, 기압 차이가 평소보다 작아지면 음(-) 값을 지닌다. 북극진동 값이 음의 값, 즉 기압 차이가 줄면 극지방을 감싸고 도는 극와류, 즉 제트 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처진 곳에서는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한파가 닥치게 된다. 김 박사는 “지난달 한반도 한파 역시 북극진동 탓이고, 이번에는 북미 쪽으로 옮겨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주변에서는 우랄산맥과 베링 해 부근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그 사이로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처진 것이 한파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제트기류가 베링 해 부근 고기압 북쪽에서 그린란드 부근 고기압 남쪽으로 흐르면서 북극 한기를 동부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선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까지 발생했다.
동남아에서 태풍이 빈발한 것과 관련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박사는 “단기적으로 북서 태평양 지역에 대류 활동이 활발한 탓에 태풍이 자주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겨울 발생한 라니냐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낮아지지만, 북서 태평양의 경우 해수 온도가 평소보다 더 높아져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은 라니냐와는 반대 현상이다.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다시 엘니뇨로 바뀌는 현상을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 SO) 혹은 엘니뇨-라니냐-남방진동(ENSO)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