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택변화 이제는 이민자에게도 손짓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불법 체류 외국인의 구제 방안을 검토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막말과 헛발질로 깊은 수렁에 빠지자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환골탈태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출마 선언 이후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부르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으며 약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을 내쫓겠다고 공약했다. 세계화 과정에서 희생된 저학력, 저숙련 백인 유권자는 그런 트럼프에 열광했고, 트럼프를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그러나 공화당 예비 경선이 시작된 이래 줄곧 견지한 ‘반이민’ 노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히스패닉 대표들과 최근 만남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의 합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개편으로 새로 선대본부장을 맡은 켈리안 콘웨이는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일제히 전했다. 트럼프는 오는 25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이민 정책 입장 변경 방침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트럼프와 최근 접촉한 히스패닉 인사들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소수 인종 유권자의 자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고 히스패닉계 대표들과 접촉했다고 WP가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이 자리에서 “시민권을 주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법 이민자가 추방 공포 없이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유니비전이 전했다.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공화, 앨라배마)은 CBS방송과의 회견에서 “아직 공식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고 자신의 초강경 이민 정책을 바꾸려 한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적극 지지한 저소득층 백인과 강경파 공화당원의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온건 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입장 변화로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어버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를 역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가 3200여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가 45%, 클린턴이 43%로 트럼프가 2%포인트 앞섰다. 미 ABC뉴스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거대책위원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크렘린의 꼭두각시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 걸 봤다”면서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공격에 취약한 미국의 동유럽 동맹국에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미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SSRS와 함께 실한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제3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18세 이상 네티즌 231명을 상대로 18∼19일 이뤄졌으며 오차 범위는 ±8.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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