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공사 한국 망명...김정은 정권의 엘리트 탈북 시초?
08/18/16제3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가 시작된 것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입국한 태영호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붕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에 해당, 엘리트층 탈북 중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엘리트층 탈북 징조는 최근들어 수차례 나타난 바 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은 물론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18세 수학 영재가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요청하는 한편 북한의 장성급 고위인사와 외교관 등 4명의 탈북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들 탈북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생계형 탈북'과는 거리가 먼 북한 상류층에 속한다는 점이다. 과거 대부분의 탈북이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면 이들은 당장의 경제적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탈북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반발과 불만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태영호의 경우에도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이 탈북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준희 대변인은 "태영호의 탈북 결심 동기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말했다.
특히 태영호 등 해외에서 거주하는 북한주민의 경우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잦고 그에 따른 이해도 역시 높기 때문에 탈북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의 감시가 있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탈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태영호의 경우 특히나 영국에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거주했다는 점에서 서방세계에 대한 이해 등이 탈북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대북제재 역시 잇따른 탈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으로의 돈줄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 '외화벌이' 압박을 견디다 못한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연달아 탈북을 결심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최근들어 다양한 직업군에서 탈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제재국면에서의 압박감 때문에 남한에 넘어오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눈에 띄는 탈북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용환 동국대 교수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고 김정은의 공포 정치 등이 외교관 등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면서도 "체제에 유연성이 떨어지는 속에서 엘리트층의 탈북이 발생하는 것이지 심각한 체제 붕괴로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정치적 망명이라고 해도 북한 엘리트의 전반적인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일부 탈북을 과도하게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탈북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며 "동시에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내부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