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랜드 대법관 지명은 오바마의 신의 한수가 될 수있을까?

 “내가 바라는 건 공정함, 그것뿐이에요. 그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열고 들어주세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메릭 갈랜드 판사(64)였다. 임기를 11개월 남겨둔 오바마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대법관으로 소수인종도 여성도 아닌, 60대의 백인 남성을 골랐다. 모험보단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인준청문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워싱턴항소법원장인 갈랜드 판사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갈랜드는 공정함과 품위, 법관으로서의 능력을 두루 갖춘 뛰어난 판사”라며 “그가 후임 대법관으로 적합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특히 “갈랜드는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모두 찬사를 받은 인물”이라며 “나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다했고, 이제 상원도 상원의 의무를 하길 바란다”며 공화당을 겨냥했다. 상원 인준절차에서 오직 바라는 것은 ‘공정함’뿐이라는 말은, 원칙대로 청문회를 열기만 하면 통과는 문제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갈랜드와 함께 인도계 스리 스리니바산 판사와 흑인인 폴 와트포드 판사도 최종 후보에 올랐고 진보단체들이 소수계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지명하라고 압박했지만 오바마는 ‘난공불락’의 후보를 골랐다고 전했다. 갈랜드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보다도 나이가 두 살 많다.


조부가 유대인인 갈랜드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고 로펌 아널드 앤드 포터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법무부로 들어갔다. 1995년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건물 폭파사건을 수사했고 이때 추가 폭발 위험이 있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 지휘하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클린턴은 1997년 그를 워싱턴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고 그의 임명안은 찬성 76 대 반대 23으로 통과됐다.


클린턴 정부에서 공직에 등용됐고 오바마의 선택까지 받았지만 그가 대법관이 된다고 대법원의 진보성향이 강해진다고 예측하긴 어렵다. CNN은 그의 과거 논문과 발언, 동료들의 평가를 인용해 “그는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판사”라고 소개했다. 판사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이고, 시민들은 법관이 오직 법에 의해서만 판단할 거라고 믿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갈랜드는 진보적인가’라는 글에서 갈랜드의 성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갈랜드는 사형제에 반대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가 만든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재판권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기업들의 오염물질 배출규제를 엄격하게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업들은 항소했고 대법원은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는 파기환송심에서도 같은 의견을 유지했다.


대법관 인준안은 상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다. 거절하기 힘든 후보를 만난 공화당 지도부는 일단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로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3%가 상원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답했다”며 “공화당이 당장은 거절하지만 길게 버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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