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멕시코계 판사 발언 역풍,상원의원 지지철회

 대선 본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당 지도부를 위시한 주류 진영이 또다시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심각한 갈등상을 재연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비판에 더해 '멕시코계 판사 공격' 발언을 이유로 지지를 철회하는 상원의원까지 나오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트럼프가 뒤늦게 "오해"라며 유감 표명을 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양측의 충돌을 '나를 따르라' 식의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와 그런 트럼프를 길들이려는 주류 진영 간의 자연스러운 기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갈등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해 당내에선 당 분열에 따른 대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좌충우돌형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마지못해 받아들였던 당 지도부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판 발언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교과서의 정의 그대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완전히 거부한다"면서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가 어떤 논리하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뭔가 잘못된 말을 했을 때 성숙하고 책임 있게 대처하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방어할 수 없는 것을 방어하지는 않겠다"며 무조건 '트럼프 감싸기'를 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제는 (트럼프가) 함께 경쟁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 여러 소수계 그룹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메시지에 집중할 때"라면서 "우리한테는 많은 이슈가 있다. 트럼프에 대한 내 충고는 '이제 미국인들이 걱정하고 신경 쓰는 그런 실질적 이슈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의 이 발언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한 것인 동시에 당내 주류 진영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그동안 '트럼프대학' 사기 혐의 사건과 관련해 내부 서류 공개 결정과 함께 대선 직후 자신의 법정 출석을 명령한 곤살레스 쿠리엘(62)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의 인종적 편향성을 주장해 왔다. 그가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이런 트럼프에 대해 법과 질서, 제도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됐고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아예 지지를 철회했다.


그는 "내가 비록 민주당 후보를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히스패닉과 여성, 그리고 나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일삼은 과거 전례에 비춰 볼 때 더 이상 내가 그를 지지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세상의 가장 위대한 자리(미국 대통령)에 필요한 그런 기질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전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조 매카시(공산주의 의혹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주도한 인물) 이후 정치인이 한 가장 '반(反)미국적인' 발언"이라면서 "(트럼프 지지를 철회할) 출구를 찾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번이 아마 그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진영의 이 같은 비판은 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때문에 오히려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에 분노하는 히스패닉계와 이슬람계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자칫 대선 본선은 물론이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의원 선거도 망칠 수 있다는 게 주류 진영의 판단이다.


당 안팎의 전방위 비난에 트럼프는 일단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트럼프는 이날 이례적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긴 성명을 내고 "내 발언이 멕시코계에 대한 단정적인 공격으로 오해돼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 입장을 밝힌 뒤 "나는 멕시코와 히스패닉계의 친구로, 수천 명의 히스패닉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제까지 이 같은 자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가 이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쿠리엘 판사의 내부문서 공개 및 법정 출석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한 터라 언제든 다시 돌변해 히스패닉계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근들은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뉴저지 주(州) 멘드햄 타운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트럼프를 14년 동안 알아왔는데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고 단언했고, 트럼프 측근인 제프리 로드는 CNN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이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 있다"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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