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민주 이클치 세비로 서민 악성 채무 123억원 갚았다

8,000만원으로 123억원의 빚을 없애는 ‘마술’은 가능할까.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 123명의 이틀치 세비(1인당 66만5,000원)를 모아 2,523명 생계형 채무자들의 부실 채권 123억원어치를 태우는 ‘마술종이 불쇼’를 진행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은 ‘압류 예정 통고서’라고 쓰인 종이에 촛불로 불을 붙여 태웠다. 이 행사가 마술종이 불쇼로 불리는 것은 소방법이 실내 소각을 금지한 일반종이 대신 마술사들이 공연에 쓰는 ‘마술종이’를 태운 때문이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 4당 모두 ‘민생 최우선’을 외치며 경쟁적으로 법안을 내고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더민주의 부실 채권 소각 행사가 화제성 면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물론이고 “낯선 정책 내용을 쉽게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틀치 세비(8,179만원)로 123억원의 빚을 탕감할 수 있었을까. 여기엔 부실 채권의 복잡한 시장 구조가 얽혀 있다. 금융기관은 채무자가 연체를 거듭하면 이를 부실 채권으로 처리하고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외부 기관에 매각한다. 이를 매입한 대부ㆍ추심 업체 등은 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에 나서고, 이후 추심에 실패한 채권을 다시 판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부실 채권은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악성 채권’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대부ㆍ추심 업체들은 이를 채권 원금의 1~5%의 헐값에 사들여 마지막 추심에 나선다. 100만원짜리 채권을 5만원에 매입해 10만원만 받아내도 2배 수익을 거두게 되는 업체들은 채권 소멸 시효 5년도 무시한 채 당사자는 물론 가족을 상대로 협박성 상환 독촉에 나서게 된다. 더민주는 “실제로 한 여성 채무자가 15년 전 갚지 못한 카드 빚 80만원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딸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환 독촉의 봉변을 당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행사 아이디어를 낸 비례대표 제윤경 의원은 “부실 채권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가계 빚 문제 해결에 대한 당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채무자들의 채권을 대신 사서 소각하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의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부실 채권 소각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의원 전원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더민주는 불쇼 흥행에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악성 채권을 뿌리뽑는 정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대 총선 공약으로 ‘장기 소액채권 소각 및 죽은 채권 부활금지’를 제시했던 더민주는 2일 이를 위한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를 띄운다. 소멸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무효인 ‘죽은 채권’에 대한 추심이나 양도 행위를 금지해 서민의 짐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김종인 대표가 직접 TF에 참여해 힘을 실을 예정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1일 “민생은 구체화할 때 실천된다”며 “이번 (채권소각으로) 2,523명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줬듯 피부로 와 닿는 해법 제시를 통해 민생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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